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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가을 이사철이다. 주택 매매를 통해서 이사하는 거야 별다른 문제가 없지만 임대차계약을 통해 이사하는 경우 그 임대차가 전세든 월세든 체크해야 할 사항이 참 많다.

우선 이사하려는 주택의 등기부등본을 발급받아 어떤 권리가 설정돼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일반적인 금융권의 담보물권(근저당) 외에 가등기나 가처분, 가압류, 압류 등 권리관계가 복잡하게 설정돼 있다거나 그 담보물권이 양도돼 현 채권자가 대부업체로서 이 대부업체가 양수한 채권을 담보로 질권을 설정한 경우 그리 멀지 않은 시기에 경매로 나올 가능성이 많음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등기부등본에 근저당 외 달리 설정된 권리가 아무것도 없는 경우에도 설정된 근저당 금액이 얼마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근저당이 주택가액 대비 필요 이상 과다 설정됐다면 이 역시 위험한 물건이다. 특히 제1금융권이 아니라 이자가 높은 금융기관(저축은행, 보험사 등)을 통해 대출이 이루어진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둘째, 등기부등본에 이미 근저당, 가압류 등 다른 권리가 설정됐다면 임차인으로서 대항요건을 갖추고 확정일자를 받아도 그 권리들과의 순위에서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다. 따라서 경매시 앞선 순위 채권액이 먼저 배당된 후 남는 금액이 있어야 임차인에게 보증금이 배당되기 때문에 임차인은 보증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잃을 수 있다.

임대차계약 후 입주시 해당 주택에 설정된 다른 권리가 없이 임차인이 선순위로 대항요건(주민등록+점유)을 갖추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만약 다른 권리가 설정돼 있다면 임대차를 보증부월세로 계약하거나 전세보증금을 시세보다 낮게 최소화해서 계약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셋째, 아파트나 연립, 다세대, 오피스텔 등 공동주택이나 구분소유건물은 대부분 1가구만 입주하기 때문에 해당되지 않지만 단독주택이나 다가구주택의 경우 등기부등본에 설정된 권리가 없다거나 설정된 권리의 채권액이 주택가액보다 적다고 무작정 계약해서는 안 된다.

단독주택이나 다가구주택은 여러 세대의 임차인이 거주하고 있는 구조로 신규 임차인은 기존 임차인보다 입주하는 시점, 즉 대항요건을 구비하는 시점이나 확정일자를 받는 시점이 늦다. 이로 인해 유사 시 다른 임차인의 보증금을 먼저 변제하거나 앞서 설정된 채권자에게 우선 변제 후 배당순위가 돌아오기 때문에 늦게 입주한 임차인일수록 자신의 보증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잃게 될 확률이 높다.

따라서 임차인이 다수 거주하는 주택 유형의 경우 앞선 순위의 채권설정액뿐만 아니라 기존에 거주하고 있는 임차인의 보증금의 합계가 얼마인지도 체크해야 한다. 임대차계약 시 간과하기 쉬운 부분 중 하나이다.

끝으로 주택가액이 얼마인지에 대한 정확한 평가와 아울러 유사 시 예상 낙찰가도 반드시 추산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주택가액이 12억원 정도인 주택에 보증금을 6억원으로 하는 임대차계약을 맺는다고 가정해보자. 그런데 임대차계약에 앞서 선순위 근저당이 6억원 정도 설정돼 있는 경우 단순하게 생각해서 담보설정이 주택가액의 50%정도 밖에 안되니 별 문제없겠거니 생각할 수 있으나 이는 큰 오산이다.

만약 이 주택이 입주 후 경매에 부쳐졌을 경우 과연 얼마에 낙찰될 수 있을까 하는 것이 관건이다. 주택 유형마다 낙찰가율이 달리 나타나겠지만 평균 낙찰가율을 80% 정도로 가정하면 주택가액이 12억원(경매를 위한 감정평가액이라고 가정)이니 예상 낙찰가는 9억6000만원이 된다.

9억6000만원이 배당할 금액이라고 한다면 선순위 근저당 6억원 배당 후 남는 금액인 3억6000만원만 임차인에게 배당되고 나머지 보증금 2억4000만원은 배당받지 못하는 결과가 발생하게 된다. 물론 이 경우 그 임차인의 대항력 유무에 따라 2억4000만원을 매수인에게 주장할 수 있거나 그렇지 못하고 보증금을 잃게 되는 차이는 있다.

아무튼 임대체계약 체결 전에 해당 주택에 이미 다른 권리가 설정돼 있거나 임차인들이 거주하고 있다면 유사시를 대비해 단순 주택의 감정평가액이나 현재가치보다 예상 낙찰가를 추산해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 가장 간과하기 쉬운 부분이니 각별히 유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