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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데없는 욕심 냈다가.. 씁슬했던 입찰의 추억

등록자 jung8948 등록일 2012/08/20 16:04 조회 14371

은평구는 서울에서도 재래시장이 활성화돼 있는 몇 안 되는 곳 중 하나입니다. 저 역시 은평구에 있는 재래시장에서 장사하며 돈을 모았고 이 종자돈으로 경매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재래시장에 있는 상가들은 겉으로는 허름해보여도 시장 상인과 주변 상가 사장님들, 일반시민들도 심심찮게 찾기 때문에 목만 좋으면 괜찮은 수입을 올릴 수 있습니다.

때문에 저는 경매를 하면서도 재래시장에 속한 상가들이 나오면 유심히 보는 편인데, 올해 4월 말로 입찰기일이 잡힌 물건 하나가 시선을 끌더군요.

작년 말에 경매나온 증산동에 위치한 재래식 점포인데 당시 식당으로 영업을 하던 중이었습니다. 보증금 200, 월세 10만원에 임차하고 2004년 11월부터 사업자신고를 냈더군요. 뭐 말소권리(2007년)보다 앞서긴 해도 확정기일이 없었고 보증금도 소액이어서 배당요구를 한 상황이라 큰 문제는 안될 걸로 판단을 했습니다.

지하철 6호선 증산역과도 가깝고 버스나 대중교통편도 괜찮은 편인데다 주변에 주택이랑 아파트단지가 있어서 주변여건은 좋다 생각이 되더군요.

그런데 부동산태인을 통해 물건의 경매진행 정보를 살펴보니 유찰이 4번이나 있었습니다. 감정가가 2억인데 최저가가 8192만원까지 떨어졌더군요. 40%를 조금 넘는 가격. 당최 이유를 알 수가 없더군요.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입찰기일이 어김없이 다가왔죠. 입찰일 전날 망설였습니다. 이 상가를 가지고 재판매를 하기보다는 제가 당시 하던 장사가 잘돼서 분점 형태로 사용할까라는 마음이 컸기 때문에 왠만하면 낙찰받자는 쪽이었지만 뭔가 찜찜했단 말입니다.

권리분석 결과는 무난했지만 짧은 경매지식과 경험을 돌이켜 볼때 뭔가가 있긴 하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다시한번 찬찬히 물건정보를 보던 중 인접한 다른 점포와 벽을 터서 한 공간으로 사용 중이라는 점을 보게 됐습니다. 무릎을 쳤죠.

이 물건은 낙찰받아 들어가도 사용성이 현저히 제한될 수밖에 없는 케이스였습니다. 내 물건이라도 터진 벽을 다시 막아 다른 사람에게 임차하기가 어려운 물건인 겁니다. 3~4평짜리 공간을 3곳 터서 쓰는 식당인데 가운데가 막혀버리면 결국 3군데 모두 죽는 꼴이 되니까요. 그렇다고 옆 두칸을 다시 빌리면서 하기엔 제 상황이 조금 애매하기도 했었습니다.

결국 이 건은 낙찰을 받을 사람이 있다면 채무자 본인이나 채무자와 관계가 있는 사람이어야 처분이 편할 그런 건으로 판단이 됐습니다. 실제로 임장을 가보니 그 한칸만 가지고는 뭘 해볼 수가 없는 상황이란 걸 확인할 수 있었고요.

그러나 저는 입찰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채무자 또는 관련자가 낙찰받으려고 할 공산이 크기 때문에 내가 낙찰받아 매매함으로써 기름값이라도 벌수 있지 않을까 하는 심정이었죠. 지금 같아선 참 멍청한 생각이었습니다만...

입찰 당일날 최저가 8192만원에서 2308만원 더 붙인 1억500만원을 써냈습니다. 낙찰가 자체가 높으면 추후 매매가 어려울걸로 예상을 했기 때문에 크게 무리하지는 않았죠.

개찰에 들어가 집행관이 호명을 하는데.. 아뿔사.. 누군가가 1억2000을 넘는 가격을 써내 낙찰을 받았습니다. 이름을 들어보니.. 채무자 이름하고 끝글자만 다르더군요. 확인할 길은 없지만 형제나 자매였을 겁니다.

다소 허무한 결과였지만.. 이 건을 진행하면서 느낀 건 경매정보를 찬찬히 봐야한다는 점, 쓸데없는 욕심을 부리면 몸이 고생한다는 점입니다. 괜히 나가서 낙찰받지도 못하고 시간은 시간대로 버렸네요. 기름값 벌겠다는 욕망 때문에..

그래도 이런 경험 탓에 이후로는 꼭 필요한 물건만 찾아보고 입찰에 나서고 있습니다. 하늘은 스스로를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이 있듯, 절실함이 있어야 좋은 결과가 올 것을 알았기 때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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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hoolt (125.143.xxx.224) 2012.10.03 20:54

동감함니다. 과녁이 뚜렸해야될 듯...

rhfo8018 (175.205.xxx.16) 2013.11.30 17:05

이런글을 보면서 또 배움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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